제이슨함 갤러리의 함윤철 대표가 말하는 서울
한국 현대미술의 차세대 작가들과 함께하는 제이슨함 갤러리의 함윤철 대표, 떠오르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차세대 작가들과 함께하는 제이슨함 갤러리의 함윤철 대표, 떠오르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하다.

2017년, 함윤철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이슨함 갤러리를 서울 성북동 언덕 위에 개관했다. 한때 원로 예술가들의 거점이었던 유서 깊은 성북동은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갤러리 소속 국내 예술가들의 활동부터 국내 현대미술계의 전반적인 흐름과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재연(MM) 제이슨함 갤러리가 위치한 지역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함윤철(JH) 처음 갤러리 공간을 보기 위해 성북동에 왔을 때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언덕 위에 자리해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한국의 베벌리힐스’라 불리기도 하죠.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파트 단지가 없고 단독주택 위주로 이루어진 동네입니다.
예술에 대한 애정 또한 동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특정 음식점이나 가게에 ‘성북동 가게’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데, 이는 지역 특색과 전통을 살린 문화·예술 관련 공간 혹은 가게로 성북동에서 인정했다는 뜻입니다. 서도호 작가와 그의 부친인 서세옥 화백의 작업실도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도 자리해 있고, 서울에서 자치구 차원으로 가장 먼저 구립미술관을 설립한 곳이기도 합니다.
MM 성북구립미술관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요?
JH 2024년에 열린 유근택 작가의 전시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성북구립미술관에는 뉴욕 하이라인 공원(The High Line)의 축소판처럼 다리와 다리 아래 공간으로 이루어진 ‘거리 갤러리’라는 작은 야외 전시 공간도 있어요. 그곳에서 최정화 작가의 설치 작품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MM 2017년에 갤러리를 열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성북동은 어떻게 변했나요?
JH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동네 전체가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제이슨함 갤러리가 들어서기 전에는 갤러리 313 아트프로젝트가 있었고, 지금은 이불 작가를 대표하는 BB&M 갤러리, 대구 출신의 우손갤러리도 있죠. 저희 갤러리 옆에는 라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형 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며, 제 친구이자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과장으로 재직했던 고원석 씨가 해당 미술관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MM 서울 미술 생태계의 성장과 그 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JH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겠지만, 제가 갤러리를 개관했던 2017, 2018년만 해도 해외 갤러리들의 국내 진출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리만 머핀(Lehmann Maupin)이나 페이스(Pace) 갤러리, 그리고 옥션 하우스로는 크리스티(Christie’s) 정도만 있었고, 필립스(Phillips)나 소더비(Sotheby's)를 비롯해 대부분의 갤러리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미술계처럼 활기를 띠지는 않았어요. 컬렉터층의 평균 연령도 지금보다 높았고, 전통적인 미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MZ세대 컬렉터들이 부상하면서 양적, 질적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인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젊은 작가들은 좋은 작업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국내 최고 미술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제이슨함 갤러리 소속의 이목하, 한지형과 같은 젊은 작가들이 국제 미술 시장에 진입하는 눈여겨볼 만한 선례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활약이 한국 미술계에 새로운 가능성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MM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JH 정확히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이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다양한 갤러리들이 있습니다. 특히 서울 지점을 개관한 해외 갤러리들은 한국 작가에 대한 수요가 늘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 작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지죠. 7, 8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가 경력을 쌓기 위해 연락할 수 있는 갤러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국내 유명 갤러리들은 20대 중반의 신진 작가와 쉽게 전속 계약을 하지 않죠. 따라서 작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단색화 사조 이후 배출된 한국 작가 중에 국제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자녀 양육비와 집 마련까지 가능했던 작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작가로써의 신념을 지키며 세계적인 무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아직은 이를 이룬 한국 작가들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단색화 사조 이후 배출된 한국 작가 중에 국제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자녀 양육비와 집 마련까지 가능했던 작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MM 해외 갤러리와 컬렉터들에게 서울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JH 서울은 미술품에 대한 세금이 없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국가 전체가 일종의 자유항구, 즉 ‘프리포트(free port)’처럼 기능하므로 미술품을 사고파는 것이 편리합니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도쿄, 베이징, 상해와 같은 주요 도시와 가까워 프리즈 위크 기간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갤러리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죠.
MM 아시아의 다른 주요 미술 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이 가진 특색은 무엇인가요?
JH 서울에서 프리즈가 주요 행사로 자리잡고 있지만, 일 년 내내 국내 예술 커뮤니티의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입니다. 홍콩과는 다른 유형의 커뮤니티이고, 외국인 거주자(expat)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편입니다.
MM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정치적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JH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신중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과 비교했을 때,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느낍니다. 지나친 비약일 수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이와 동시에, 흥미롭게도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정치 참여율이 높은데, 좁은 국토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 소식이 빠르게 전달되고, 정부가 국민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위하지 않는 지도자가 권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구조를 갖추고 있죠.
국민을 위하지 않는 지도자가 권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든 구조를 갖추고 있죠.
MM 갤러리 주변에 추천하실 만한 식당이 있나요?
JH ‘선동보리밥’과 보리굴비 전문점 ‘돌담’을 즐겨 찾습니다. 두 식당 모두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이고, 설탕이나 MSG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로만 맛을 냅니다. 두 식당은 할머님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방문해 보시면 할머니들은 요리를 하고 아들들은 주차를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인당 10,000원에서 12,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MM 서울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JH 서울은 아주 실용적인 도시이죠. 런던이나 뉴욕, 홍콩과 같은 대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물가가 저렴한 편이고, 월급이 아주 높지 않아도 삶의 질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가 대비 다양한 문화와 패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흔히 ‘가성비가 좋다’고 하죠. 런던의 화려함이나, 뉴욕의 역동성은 없지만 저는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 ‘멋’에는 언제나 그만한 가격이 따르기 마련이니깐요. 서울은 총기 위험이 없는 매우 안전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치안도 좋은 편이라 제 아내, 어머니, 여동생이 새벽 3시에 걸어 다녀도 안심할 수 있죠. 이렇게 큰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고, 이 세상 어디에서도 서울 같은 도시는 없습니다.
MM 그렇다면 서울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JH 서울에 대한 애정이 커서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아, 굳이 단점을 꼽자면 여름이 너무 덥고 습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 키가 190cm를 넘어서 아파트들이 작게 느껴지긴 합니다.
프리즈 서울 2025의 갤러리 섹션에서 제이슨함 갤러리는 우르스 피셔(Urs Fischer), 한지형, 마이크 리(Mike Lee), 이목하 등의 작가를 소개할 예정이다.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 코엑스, 9월 3일 – 6일.
프리즈 관련 최신 소식은 frieze.com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거나, 인스타그램 @friezeofficial, X 그리고 페이스북 Frieze Official 공식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프리즈 서울은 예술과 기술의 협업을 추구하는 헤드라인 파트너 LG OLED, 그리고 20년 이상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적인 예술 지원을 제공해 온 글로벌 리드 파트너 도이치 은행의 후원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메인 이미지: 제이슨함 갤러리 외부. 제공: 제이슨함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