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잘려진 뱀의 목》
Frieze House Presents: 이광호
《잘려진 뱀의 목》
12월 9일 - 12월 20일, 2025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한국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이광호의 대형 조각 설치 전시 《잘려진 뱀의 목》을 선보입니다. 이광호는 산업용 로프와 전선과 같은 재료를 실험적으로 다루며, 현대 생활의 기능적 요소들을 사용해 확장된 공간적·촉각적 환경으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본 전시에서는 프리즈 하우스의 갤러리 공간에 거대한 조각 구조물들을 설치하여 긴장·중력·상호 연결이 작동하는 몰입적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이광호 작업의 핵심은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매듭짓기’입니다. 작가는 사전 설계 없이 재료를 엮어, 내부적 얽힘의 힘에 의해 스스로 지탱하는 자율적 조형체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모든 생명의 시작을 규정하는 원초적 단절—탯줄이 잘리는 순간—을 치유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잘려진 뱀의 목》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 발생하는 모체와의 불가피한 물리적 단절을 환기합니다. 작가는 고리, 조임, 묶기, 풀기 등의 반복적 행위를 통해 이 실존적 상처를 상징적으로 봉합하고, 재료를 끝없이 통합된 구조로 변환해냅니다. 이러한 행위는 유한한 물질에 순환하는 듯한 감각을 부여하며, 뱀의 생명력을 연상시키는 형태적 리듬을 형성합니다.
전시의 개념적 배경에는 김영균·김태은의 『탯줄 코드: 새끼줄, 뱀, 탯줄의 문화사』(2008)가 제시한 상징적 해석이 자리합니다. 이 텍스트는 인간 탄생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신화화된 과정을 살피며, 탯줄을 중심 모티프로 삼아 뱀을 영원한 순환—오로보로스(ouroboros)—과 원초적 생명력의 상징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를 반대로 해석합니다. 그는 순환의 지속성보다 단절의 순간이 미래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작가에게 이러한 산업 재료의 불연속성은 지금의 시대성을 드러내는 설득력 있는 은유입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자율적 생명의 코드”라고 부르는 구조를 재구성합니다. 본래의 용도를 벗어난PVC 튜브와 전선이 서로 얽히면서 내부적 힘으로 구조를 완성합니다. 단절과 물질적 분리가 두드러지는 오늘날, 이광호의 작품은 외적 지지보다 관계 자체의 불변성에 의해 유지되는 또 다른 상호의존적 모델을 제시합니다.
Frieze House Presents는 시각예술, 공예, 디자인, 무용, 영화, 건축 등 한국의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는 인물들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신규 프로그램입니다. 각 쇼케이스는 독자적인 실천을 심층적으로 조명하며, 한국 시각문화의 방향을 규정하는 주요 개념과 접근 방식을 탐구합니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프리즈는 지역 창작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 문화예술계가 국제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