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rieze Seoul | 05 JUL 23

라리사 로저스 <우리는 항상 이 곳에 있었어. 수소처럼, 산소처럼>

노동과 자기-돌봄의 의식으로 자신의 몸을 씻는 작가의 행위는, 백인 우월주의의 부작용에서 회복되고자 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읽힌다

in Frieze Seoul | 05 JUL 23

라리사 로저스 / <우린 항상 이 곳에 있었어, 수소처럼, 산소처럼> / 2020 / 단채널 영상 / 7분 22초 

내 몸을 씻는다. 노동과 자기-돌봄의 의식이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노예길과  아프리카인 묘지에서 이 의식을 치른다. 이곳에 내 몸이 자리잡는 이유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내의 안전함에 대해 발언하고 싶어서다. 흑인과 흑인의 몸이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공간에서 흑인과 흑인의 몸은 위태롭게 노출되어 있다. 오렌지를 사용하는 것은 1992년의 라타샤 할린스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지만, 이는 모든 시대와 공간 속 유색인종 여성의 말살을 표현하는 은유로 쓰인다. 오렌지로 내 몸을 씻는다. 어떤 장면에서는 오렌지 쥬스에서 흘러나오는 오렌지로, 다른 장면에서는 얼린 오렌지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녹이면서, 몸을 씻는다. 텍스트는 교차한다. 어떤 때는 백인 우월주의의 물리적, 심리적 파장에 말을 걸고, 어떤 때는 사랑과 안전과 회복의 욕구를 되새긴다. 검은색의, 갈색의 유색인들이 지속적인 위협에서 벗어나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나는 생존과 자기-돌봄의 관련성에 관심이 있다. 노예길에서 몸을 씻는 행위를 반복하는 동안 오렌지와 주변 풍경은 기억, 기념, 정체성, 자아실현이라는 의식의 한 부분이 된다. 이 퍼포먼스는 연결된 시간이나 동시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논평이기도 하면서, 유색인 여성들이 보호와 보살핌을 받는 공간을 상상하는 동안은 자기-돌봄의 행위가 된다. 돌봄은 저항과 사랑과 치유의 노동이기에, 씻는다는 것은 돌봄의 동의어가 된다. 오렌지에 몸을 담근다. 오렌지가 내 옷에 스며들었다. 보이지 않던 자기-돌봄의 행위가 이제 잘 보인다.  

라리사 로저스

작가 라리사 로저스(1996년생)는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시각 예술가이다.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에서 회화 학사학위를 받았다. ICOSA (텍사스), 필드 프로젝트 (뉴욕), 웰컴 갤러리, 타깃 갤러리, 1708 갤러리, 세컨드 스트리트 갤러리, 브리지 프로그레시브 아트 이니셔티브 (모두 버지니아), 블랙 그라운드 (콜롬비아), W 도하 (카타르), 프런트 아트 컬처라 (캘리포니아), 그랜드 센트럴 아트 센터 (캘리포니아), 도큐멘타 15 (카셀), 버지니아 현대 미술관 (버지니아) 등 다양한 기관에서 작품을 전시해왔다. 2021년-2022년에는 버지니아 미술관의 시각예술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블랙 스페이셜 렐릭 레시던시 작가로 활동하였다. 또한 흑인 예술가와 디자이너 길드 크리에이티브 퓨처스 장학금을 받기도 하였다. 2022년 여름부터 BEMIS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레시던시 작가로 있으면서, 현재 UCLA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Screened as part of Frieze Film at Frieze Seou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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